오페라 & 발레

오페라의 명지휘자들

아르미다a 2009. 6. 9. 22:45

출처 : 객석

 제목 : [오페라집중기획] 오페라의 명지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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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카니니와 뵘, 그리고 무티와 레바인까지

 

 

 20세기 오페라 지휘자의 계보는 원래 첼로 주자였다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이탈리아,1867∼1957)에서부터 시작된다.

 토스카니니는 악보에 가장 충실하며 주관적인 해석을 경계하는

지휘자로 평가된다. 그는 악보의 전체적인 숲을 완벽하게 파악하며,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음악이라도 가장 분명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관객의 귀에 들릴 수 있도록 ‘노래 불러준’ 지휘자였다. 이런 자세때문에 그는 20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추앙받고 있으며, 이후에 소개되는 어떤 이들보다도 더 위대하다.

 그는 당대에 최고의 명성과 존경을 받았으며, 동시대의 많은 작곡가들이 앞다투어 그가 자신들의 작품을 연주해 주기를 원했다.

 토스카니니가 초연한 오페라들만 해도 푸치니의‘라보엠’‘서부의 아가씨’‘투란도트’를 위시해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자자’마스카니의 ‘가면’, 조르다노의 ‘왈가닥 부인’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189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한 최초의 외국인이기도 하다. 1908년부터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카루소를 비롯해 스코티·파라·데스틴·마르티넬리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가수들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다.

 

   20세기 오페라의 전설, 토스카니니와 세라핀

 

 토스카니니와 함께 20세기 오페라의 전설적 존재인 툴리오 세라핀(이탈리아, 1878~1968)도 처음에는 라 스칼라의 바이올린 주자였다. 1902년 토스카니니의 조수로 지휘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벨칸토 오페라’에서 최고의 성가를 누렸으며 수많은 명연을 남긴 지휘자다. 즉 로시니·벨리니·도니제티에 있어서 그는 가장 교과서적이며 모범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벨 칸토 오페라가 그러하듯이 그의 지휘는 성악적인 배려가 뛰어났으며, 가수들이 노래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그는 가수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여 그들의 소리와 캐릭터에 맞는 방향을 제시해 줌으로써 수많은 가수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작품을 자기 것으로 완성지었다.

 세라핀이 마리아 칼라스를 발굴해 그녀를 47년 베로나에 ‘라

 조콘다’로 데뷔시켰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밖에도 그는 로자 폰셀을 명인으로 만들었고, 59년 존 서덜랜드를 발굴해 코벤트 가든에서‘루치아’로 데뷔시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가 다듬은 많은 스타들로는 델 모나코·코렐리·스테파노·곱비 등이 있다.

 라 스칼라와 메트에서 음악감독을 지낸 그는 수많은 음반을 남겼지만 대표작은 역시 칼라스의 ‘노르마’ ‘루치아’ ‘청교도’ 등이며, 비커스의 ‘오텔로’도 중요하다.

 

 세라핀보다 조금 뒤의 연배로 역시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인 빅토르 데 사바타(이탈리아, 1892~1967)가 있다. 그는 25세 때 자신의 오페라‘일 마시뇨’가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던 경력이 있는 작곡가이다. 그후 그는 지휘자의 길을 걸었으며, 토스카니니의 후임으로 30~50년대에 걸쳐 20여 년간 라 스칼라를 이끌었다. 작곡가였던 만큼 악곡의 분석에도 뛰어났고, 동시대의 현대 오페라들에 대한 관심도 컸던 그는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술’을 세계초연했다.

 사바타는 가장 역동적인 힘을 갖춘 지휘자로서 토스카니니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는 베르디의 후기 작품과 베리스모 이후의 이탈리아 오페라, 그리고 바그너에 특히 뛰어났다. 독일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베를린 필과의 관현악곡 레코드들이 남아 있는가 하면 39년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53년 이후에는 라 스칼라에서만 연주할 수 있었다. 또한 세라핀과 달리 불행히도 음반이 많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은 그 유명한 칼라스의 ‘토스카’로서 이것으로 사바타의 실력은 충분히 가늠된다. 이 음반은 28종의 토스카 음반들 중 ‘더 이상의 여지가 없는 단 한 장의 토스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대조적인 성향 보였던 두 명의 오스트리아인

 

 이탈리아 출신의 오페라 지휘자로 토스카니니·세라핀·사바타를 든다면 이웃한 오스트리아에는 칼 뵘과 카라얀이 있었다.

 칼 뵘(오스트리아, 1894~1981)은 다만 교향곡 지휘자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뵘은 누구보다도 오페라에 정통했던 지휘자이다. 특히 뵘은 드레스덴 가극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뵘이 지휘하는 자신의 오페라를 듣고 크게 감동받았다고 한다. 뵘 역시 슈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가 모차르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도 슈트라우스 때문이었다. 그는 슈트라우스가 그에게 헌정한 ‘다프네’와 ‘그림자 없는 여인’을 드레스덴에서 세계 초연했다. 

 뵘은 신선하고 균형미가 있으면서도 정열적인 지휘자로 평가된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관한 한 가장 전문가이며, 수많은 녹음들 중 이 범주안에 있는 것은 모두 믿을 만한 명반임에 틀림없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오스트리아)이야말로 오페라와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카라얀은 46년 빈 필의 음악감독, 48년 라 스칼라의 수석지휘자가 되었으며,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가 되었다. 56년은 그가 제왕으로 등극한 해였다. 이 해에 그는 베를린 필의 종신지휘자가 되고, 빈 오페라의 예술감독이 되었으며,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카라얀의 오페라 세계는 베르디·바그너·모차르트·슈트라우스로 크게 대별되는데, 특히 베르디와 바그너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수많은 음반 중 가장 대표적인 명반을 꼽으라면, 프라이스가 주연을 맡아 칼라스의 녹음과 쌍벽을 이루는 ‘카르멘’과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일 트로바토레’, 라 스칼라의 베를린 연주 실황인 ‘루치아’, 그리고 빠뜨리기 쉬운 것이 초기에 슈바르츠코프와 녹음한‘장미의 기사’와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이다.

 

 위의 지휘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데 비해 현재 활동중인 원로급 지휘자들로는 솔티와 줄리니를 들 수 있다.

 게오르그 솔티(헝가리, 1912~    )는 전후 바이에른 가극장과 프랑크푸르트 가극장의 음악감독이 되었고, 47년부터 데카 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어 50년간 레코딩에 주력했다. 61년 로열 오페라의 음악감독이 된 것으로 그는 오페라계의 정상권에 진입했다. 그는 로열 오페라를 위해 크게 헌신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영국으로 귀화했다. 또한 83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바이로이트에서 경이적인 ‘반지’ 시리즈를 지휘하는 대역사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45개에 이르는 솔티의 많은 오페라 녹음들 중 단연 압권은 58년 부터 8년간에 걸쳐 세계 최초로 제작된 ‘반지’ 4부작의 전집 녹음이라 할 것이다. 그 외에 프라이스와 비커스의 ‘아이다’, 80회 생일을 기념한‘오텔로’, 최근 코벤트 가든의 ‘라 트라비아타’ 등이 솔티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 음반들이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이탈리아, 1914~   )는 젊어서부터 일류무대에 섰다. 그러던 51년 그의 라디오 중계를 듣던 토스카니니가 “그의 오페라를 보는 수준은 나와 같다”고 극찬한 말이 계기가 되어 토스카니니의 밑에서 직접 배우게 되었다.  그는 55년 비스콘티가 연출하고 칼라스가 주연했던 역사적인 라 스칼라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했으며, 82년 코벤트 가든에서 지휘한 제피렐리 연출의 ‘팔스타프’는 그에게 최대의 찬사를 쏟아지게 했던 유명한 공연이다.

 

   현역 5인방의 각축전

 

 이번에는 현재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일급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선두주자인 로린 마젤(미국, 1930~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 유태계 미국인은 누구보다도 코스모폴리탄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보다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점이 후배 레바인과 다른 점이다. 

 마젤의 감각은 특정 작곡가에게 머무는 것을 거부해 그가 푸치니와 바그너에 정통하다고들 하지만 실제 대표작들은 베르디·비제·거슈인·차이코프스키 등에 걸쳐 있다.

 젊은 시절의 연주는 관객의 머리에 각인시키는 생명력 넘치는 강인한 연주였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예리함보다는 심오한 예술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마젤은 아직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거장이다.

 대표적인 레코딩은 로시 감독의 영화 ‘카르멘’, 라 스칼라의‘아이다’ 등을 들 수 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오스트리아, 1930~    )거장 에리히 클라이버의 아들로 취리히, 슈투트가르트, 뮌헨의 바이에른 가극장의 지휘자가 되었다. 그의 명성은 차츰 높아져서 드디어 부친을 잇는 대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클라이버는 레퍼토리의 범위가 아주 좁기로 유명한데, 그 모든 것이 선풍을 일으킨 명공연이었다. 즉, 베버의 ‘마탄의 사수’, 바그너의‘트리스탄과 이졸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오텔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베르크의‘보체크’ 등이 그의 레퍼토리의 대부분이며, 모두 잊을 수 없는 명연이기도 하다.

 극히 적은 수의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모두 명반의 딱지가 붙었다. 특히  ‘마탄의 사수’와 ‘라 트라비아타’, 비디오로도 출시된 뮌헨의 ‘박쥐’ 실황은 빼놓을 수 없는 걸작들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이탈리아, 1933∼  )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베를린 필의 지휘자로서 근간 교향곡 연주에 주력하고 있지만, 줄리니를 계승하는 이탈리아의 정통 오페라 지휘자이다.그는 68년에 라 스칼라의 수석지휘자가 되었다. 밀라노뿐 아니라 빈에서도 공부해, 독일어권에서도 인기있는 지휘자로 꼽힌다.

 라 스칼라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카라얀의 사망으로 89년 베를린 필로 옮겼다.

 그의 레퍼토리는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등의 벨 칸토 오페라와 베르디·바그너, 그리고 현대 러시아 작품들과 현대 작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는 푸치니 등 근대 오페라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꺼리고 있다. 아바도의 연주는 명확하고 밝으며, 한마디로 건강미를 추구한다. 특히 로시니나 베르디에 있어 이러한 점이 두드러지는데, 그래서 사실주의적인 오페라를 피하는 것 같다. 또한 다른 지휘자들보다 더욱 이지적으로 작품에 접근하여 갈수록 라틴적인 맛이 줄어들고 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음반은 역시 로시니와 베르디이다. 특히 ‘랑스로 가는 여행’과 ‘세빌랴의 이발사’를 추천한다.

 

 리카르도 무티(이탈리아, 1941∼  )가 30대의 나이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된 사실은 그의 놀라운 실력을 증명한다. 86년 그는 드디어 최대의 라이벌인 아바도에 이어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전격 취임함으로써 이전까지의 콘서트 활동을 줄이고 오페라에 전념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나온 것은 ‘라 트라비아타’ ‘돈 카를로’ 등이 있다. 무티의 레퍼토리는 로시니에서 베르디에 이르는 이탈리아 오페라와 모차르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스튜디오 녹음보다는 자신의 정열과 순간적인 열기가 배어 있는 라이브를 크게 선호하는 편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미국, 1943∼   )은 76년부터 미국 오페라의 메카인 메트로폴리탄을 지키고 있다. 그는 토스카니니 등 유럽의 대가들이 군림해오던 메트의 3대 징크스였던 “안경 낀 사람과, 뚱뚱한 사람과, 미국인은 메트를 지휘할 수 없다”는 말을 일거에 모두 깨뜨려 미국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비록 그 자신은 토스카니니를 가장 존경한다지만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려한 음악을 들려주며, 친절한 매너로 인간관계도 좋아 큰 극장을 4반세기 동안이나 잘 이끌어 오고 있다.

 레바인은 특히 베르디와 바그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의 공연들 중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76년 잘츠부르크에서 공연한 포넬 연출의 ‘티토 왕의 자비’이다. 그리고 82년 바이로이트에서 ‘반지’를 지휘하여 호평을 받았는데, 메트에서도 생크의 연출로 제작해서 그후 ‘반지’는 매년 공연되는 메트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현재의 오페라계는 라 스칼라의 무티와 메트의 레바인이 양분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양대 체제는 21세기에도 당분간 오페라계를 이끌것이 분명하다.

 

박종호/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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