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 발레

고전발레의 재해석 4편 ㅡ 코펠리아, 로미오와줄리엣, 지젤, 라벨르(잠자는 숲속의 미녀)

아르미다a 2012. 6. 9. 01:58

 

1. 마이요Jean-Cristophe Maillot 라벨르

 

 

 

 

ㅡ 라 벨르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작품인가.

ㅡ"사랑, 그 중에서도 부모와 아이의 사랑에 대한 것이다. 공주와 왕자를 과잉 보호와 아동 학대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로 설정했다. 공주를 싸고 있는 투명 풍선은 지나친 부모의 사랑을 상징한다. 부모의 사랑은 좋은 것이지만 지나치면 아이를 세상과 격리시킨다. 왕자의 어머니인 식인 마녀는 아이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표현한 캐릭터다. 부모의 사랑도 적당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하나,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다면 그를 얻기 위해 돌진하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삶은 결코 길지 않다."  (마이요와의 인터뷰 中)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샤를 페로의 원작의 뒷이야기(왕자와 공주의 결혼 후)는 왕자의 어머니 왕비는 식인종으로 왕자가 왕이 되어 이웃나라와의 전쟁에 출정한사이 그 본성을 드러내 공주를 잡아먹으려 하다 오히려 자기가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다소 엽기적이면서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한다. 마이요는 이 원작의 이야기를 삽입해 라벨르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마이요는 브누아 드라당스에서 2008년 안무가상을 수상했고, 그외 몇가지 상을 받았다.)

 공주의 부모의 과보호를 상징하는 '투명한 풍선'이 악당들에게 공격당해 터지는것으로 손가락을 뾰족한 것에 찔리는것을 대체했다. 마이요의 다른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처럼 여기서의 여주인공(공주)역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다. 파격적이며 과감한, 그러나 참 예쁘고 동화스러운 무대의상 역시 돋보인다. 마지막에 각자 결핍된점이 있는 왕자와 공주가 합심하여 나쁜여왕(고전에서의 마녀역)에게 대항하는 장면이 감동적이고 맘에 들었다.

 p.s. 공주 아버지(왕)의 수염이 파란색이라 갸우뚱했다.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수염'이 생각났음. 무슨 의도였을까? 그리고 왜 발레에서는 항상 악역의 여자역을 발레리노가 맡을까. 라실피드의 마녀, 고전 잠미녀의 마녀 = 라벨르의 왕비, 신데렐라의 의붓자매들 등. 나쁜 여자는 남성적인, 중성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편견? 아니면 악역이라 터프한 동작이 많아서?

 

 고전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매번 관객을 열광시키는 현대발레의 거장, 세계적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프랑스 출신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Jean Christophe Maillot는 <신데렐라>,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을 재해석 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예술감독과 안무가로 1993년부터 모나코 왕립발레단을 이끈 이답게 현대 발레 작품이 많다. 그는 자칫 구태의연할 수 있는 작품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모던하게 바꾸는 데 큰 힘을 발휘 한다. 1999년 작업한 <신데델라>의 경우 요정으로 분해 딸의 사랑을 돕는 죽은 생모,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딸을 보고 감격하는 아버지 등을 비중 있게 다루고, 1막과 3막에서는 신데렐라 어머니와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해 단조로울 수 있는 구성에 입체감과 풍성함을 더했다. 성남문화재단 공연기획부 이의신 과장은 “고전을 재해석하는데 무대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렵고 난해한 구성 없이 자연스럽게 극을 끌고 가는 힘이 특히 뛰어나다”고 했다. 그의 세련된 무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순백으로 꾸민 무대와 동서양의 느낌이 섞인 환상적 의상, 신체 곡선과 움직임을 한껏 드라미틱하게 보여준 조명으로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현대적이라고 편견을 갖지말것! 마이요의 파드되는 맥밀란의 파드되 이상으로 정말 아름답기그지없다, 그의 작품을 몇개 더 보자면)

 유리구두를 벗어던진 맨발의 신데렐라

마이요의 작품에서 신데렐라와 왕자는 다소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물들로 묘사되며, 도리어 이들을 맺어주는 운명을 만들어가는 요정(신데렐라의 죽은 어머니)과 그 요정을 갈구하는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주역으로서 전면에 소개되는 배역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맨밑에 사진첨부)은 로렌스 사제와 캐플릿 부인(미망인 줄리엣의 엄마가 시조카 티볼트를 연모한다)의 비중이 더 크다. 또 마이요가 제목을 ‘줄리엣과 로미오’로 정하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줄리엣은 사랑 그 자체로 표현되며 작품에서 주도적인 자아를 가진 강한 여성으로 재창조됐다.

 이 밖에 호두까기인형(아트서커스발레 라는데 그냥 그렇다, 연말 가족들이 볼 대중적 공연으로 만든듯)

셰헤라자데(이걸로 마이요 영상물의 단골 여주역 코피예테르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도 있다. 

 

 

 


 

 

 

2. 마츠에크Mats Ek의 지젤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 펌글만 적겠음. (그럼에도 아름다운 음악덕분에 끝까지 볼수 있었고, 아래 출처에서의 마츠에크가 녹음된 음악만을 사용한다는 설명과는 달리 산카를로 2010년 유투브동영상에는 오케스트라반주로 공연하고 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hersight/20116198458 →) 1막이 열리면 베레모를 쓴 '동네 바보' 지젤이 밧줄에 묶여 있습니다. 힐라리온은 그녀를 한시도 곁에서 떼어놓지 않으려 하며 자기가 제어할 수 있는 공간 안에만 머물기를 바라거든요. 도시에서 온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를 본 지젤은 그에게 한눈에 반해버립니다. 자신에게 꽃을 준 친절한 도시의 귀족 아가씨 바르타가 알브레히트의 약혼녀라는 걸 알게 된 지젤은 미쳐버리고 마는데, 1막의 마지막 장면은 지젤을 둘러싼 채 금방이라도 쇠스랑을 내리찍을 것 같은 포즈의 농부들. 마츠 에크의 농부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춤을 추는 사악한 사람들로 변모합니다.

 2막이 시작되면 배경은 윌리들이 출몰하는 정령의 숲이 아니라 지젤이 입원한 정신병원으로 바뀝니다. 윌리들의 여왕이었던 미르타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간호사가 되어 등장하는데요, 베일을 쓰고 환상적으로 등장하는 윌리들과는 달리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시트를 덮어쓴 채 꾸물꾸물 기어서 무대로 나옵니다. 힐라리온이 찾아와 바르타가 그녀에게 준 꽃을 보여주며 기억을 환기시키려고 하지만 지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죄책감에 젖은 알브레히트 역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지젤을 찾아오지요. 처음에 말쑥한 흰색 양복을 입고 등장하는 알브레히트는 춤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다가, 마침내 벌거벗은 알브레히트가 돌아간 곳은 지젤을 처음 만난 화산섬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벌거벗은 알브레히트를 발견한 힐라리온은 그를 용서하며 그에게 덮을 것을 가져다줍니다. 

 

 발레계 이단아, 파격의 원조 마츠에크

 스웨덴 출신의 마츠 에크Mats Ek는 현대무용계의 이단아로 꼽힌다. “고전은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둔다.” 마츠 에크의 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틀기로 고전을 공격하는 안무가이다. 파격의 원조’로 유명하며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뜨거운 논쟁을 몰고 다닌다.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상처럼 실험적인 안무. 1841년 파리에서 초연하며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지젤>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동명작 <지젤>이 대표적. '백조의 호수'에선 대머리 백조와 나약한 왕자를 등장시켰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선 오로라 공주가 요염한 십대의 마약중독자로 나온다. 그의 카르멘’은 담배를 물고 있는 자유분망한 발레리나다.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는 순정파 지젤은 정신이 온전치 않고, 급기야 사랑의 실패에서 오는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가는 캐릭터로 바뀐다. 과감한 설정이지만 구성은 탄탄하고 무대는 강렬하다. 고난도의 테크닉을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성남아트센터 공연기획부 이의신 과장은 “언뜻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용수들의 완벽한 테크닉과 표현력이 더해지면서 ‘역시 마츠 에크’ 하고 두 손을 치켜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홍승엽 예술감독은 “사람의 심리나 정서를 춤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안무가다”라고 평했다. 마츠 에크의 ‘지젤’역시 파격이다. 배신과 복수,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지젤이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광기로 정신병동에 갇히는 지젤이 주인공이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덫에 걸린 듯 밧줄을 허리에 휘감고 있는 지젤은 역동적인 춤으로 관객을 제압한다.엎드린 채 질주하고,다시 날아오르고,벽을 향해 몸을 던진다. 초점없이 멍하게 서있거나 나무토막처럼 굳은 상태로 구르기를 반복하는 몸은 처참하고 피폐한 정신상태를 보여준다. 뒤늦게 참회한 알브레히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상태로 나뒹구는 알브레히트의 마지막 장면역시 파격이다.

 

 

 


 

 

 

3. 프렐조카쥬preljocaj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를 다소 폭력적으로 재해석했다. 프렐조카주는 "제어할수없고 불안정하며 어리석은 사랑"을 확립된 질서의 억압을 타도 하는 힘으로 나타냈다고 한다.

 여기서 두 연인은 원수집안의 아들딸이 아닌, 물과 기름같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다. 흑백의 정장을 입은 줄리엣쪽과 마구잡이(?)로 허름하게 옷을 입은 로미오쪽의 대비되는 의상 역시 돋보인다. 배경이 되는 미래의 가상도시같은 곳에서 줄리엣은 지배계급에, 로미오는 하층계급에 속해있다. 로미오는 원수쪽과 결투를 하다 살인을 저지르는것이 아니라 (다른 계급의 여자와의)금지된 만남을 위해 살인을 불사하는것으로 설정되었다. 줄리엣의 유모역은 흑백의 약분된 의상을 입고 있는 두명의 개인비서들로, 죽음의 상태를 위장하는 것은 독약대신 몸을 감싸는 빨간 옷감-마찬가지로 결혼식을 맡아준 사제가 제공한다-으로 대체되었다. 

 신데렐라도 그렇고 방탕한 아들(prodigal son)도 그렇고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마냥 예쁘지는 않은데, 마이요의 롬줄과 프렐조카주의 롬줄을 보면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현대발레에 더 적합하구나하고 느꼈다. 프렐조카주는 물론 마이요, 프티 등의 작품들을 보면 모던발레극에서의 의상과 무대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된다. 감각적으로 절묘히 어울리는 의상 선택과 무대연출의 대단한 능력에도 감탄하게된다. 성적인 것과 폭력적인 것을 예술로서 승화(제대로 못하면 경박한 삼류가 되기 쉽상인 소재)시킴에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미 포스팅을 했던 프렐조카주의 '백설공주'와 부분적으로 포스팅을 했던'르팍'도 정말 훌륭하며 강력추천한다! 아참, 하나더.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도 훌륭하니 한번 보시길.

 

 

 


 

 

 

4. 파리오페라국립발레단, 파트리스 바르의 코펠리아

 

 처음 코펠리아라는 인형을 알게된것은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라는 오페라였다. 오페라와 발레에서 차용발췌해 만든 이야기의 부분이 다소 차이가 있기때문에 기존 코펠리아 발레버젼을 볼때도 오페라속의 코펠리아와 큰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긴 했지만.

 여기 POB버젼의 코펠리아는 스팔란차니라는 등장인물 한명이 추가 되었다. 호프만의 원작에서 코펠리우스의 동업자이자 나다니엘(발레 버전에서의 프란츠)의 스승으로 나온다. 코펠리우스는 죽은아내를 그리워하는 상실과 슬픔, 신비로움을, 스팔란차니는 다소 미친 과학자의 캐릭터로 기존 버전에서의 코펠리우스 역할과 비슷하다. 오히려 코펠리우스라는 인물이 새롭게 추가된듯.

 기존버젼에서 스와닐다가 주인공이라면 여기서는 코펠리우스가 주인공이다. 극이 시작되면 아내의 초상화를 보며 우울해하는 코펠리우스는 스팔란차니에게 술과 (대마초같은)담배를 받아마시고 아내의 초상화가 움직이는 환영을 본다. 그리고 아내와 닮은 스완힐다를 발견하고는 눈독들인다. 즉, 코펠리우스 - 스완힐다 - 프란츠의 삼각관계! 제3자에게 한눈을 파는것이 프란츠가 아니라 스완힐다이다. 스완힐다와 친구들이 스팔란짜니에게 받은 열쇠로 코펠리우스의 집에 잠입했다가 들키고, 환각에 빠진 코펠리우스가 되살아난 코펠리아와 춤을 추는 장면까지만 기존버젼과 거의 똑같다. 프란츠가 코펠리우스 집으로 들어와 코펠리아를 구출하는 것으로 결말~

 POB의 부예술감독이자 발레마스터인 파트리스 바르Patrice Bart가 안무했는데, 누레예프와 함께 많은 작품을 맡았었다고한다. 얼마전 소개한 베를린의 백조의 호수 역시 이 사람 안무이며 최근 창작작품으로는 2003년에 올린 [드가의 무희]가 있다.

 주인공인 도로테 질베르(도로시 길버트라고 영어식으로 읽기도 한다)의 표정과 몸짓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눈이 커서 작은 눈짓에도 확연히 감정표현연기가 잘되는듯하고, 동작은 뭐랄까.... 유연하면서도 긴장을 잃지않는 탄력성이 돋보이는게 발랄하면서도 은근히 요염하다.  

 

 

 

 

 

 

p.s. 사실 처음 질베르의 코펠리아를 보고는 너무 맘에 들어서, 이 작품처럼 디테일한 줄거리까지도 다소 변형하며 고전을 재해석한 발레들을 찾아 감상하고 싶었다. (오페라의 경우는 무대연출정도에나 변화를 줄뿐 상당히 정체되어 있는 반면, 발레는 계속 발전하며 진행형이라는 점이 참 부럽다.) 상당히 인기많은 발레 레파토리 중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는 여러 안무가들의 손을 많이 탄다. 부분이든 전체적으로든 새롭게 해석되고 연출된다. 하지만 감히(?) 지젤을 건드리는 경우는 마츠에크가 유일하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마츠 에크는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고 생각하여 소개했고,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호두까기 인형만큼이나 안무버젼이 다양한데, 프렐조카주를 좋아하므로 그의 버젼을 소개했다. 마이요의 작품들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라 그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나 하고 싶어서 다같이 엮었다~~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