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두 이레 강아지 만큼이라도

아르미다a 2009. 6. 10. 12:23

[초토의 시]로 유명한 구상 시인.

중고등학생때 교과서에서나, 기출문제 정도로만 생각했던...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는건 학교 졸업후에나 알았다.

 

바오로딸에서 출판된 구상 시인의 시집 ㅡ

[두 이레 강아지 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은총에 눈을 뜨니

이제사 비로소

두 이레 강아지만큼

은총에 눈이 뜬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 만상이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나고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야 하늘이 새와 꽃만을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써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기

매한가지지만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意識)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스럽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ㅡ 구상,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100여편이나 되는 신앙시들, 아름답고 겸손한 신심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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