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 발레

5색 유럽 발레 ㅡ 백조의 호수 (세미오노바, 쉬르쳐, 누녜즈, 매튜본, 르테스튀, 누레예프, 폰테인, 머피, 자하로바)

아르미다a 2012. 6. 2. 22:39

 나는 공장에서 완벽하게 찍어낸것같은 러시아발레보다는 느낌이 있는 유럽발레를 좋아하지만, 다른것은 몰라도 백조의 호수만큼은 러시아 발레를 선호할수 밖에 없다. 백조의 호수의 백미는 백조들의 군무인데 러시아처럼 일사분란한 완벽군무와 전체적으로 수준높은 기량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색다른 연출의 유럽발레를 꼭 챙겨본다. 일단 보통 지루하기 마련인 1막-오보에 솔로에 뒤따르는 클라리넷 선율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서곡이 끝나고 나면 30분동안의 지루한-이 지루하지않게 나온다 ^^

 

 서곡부분 연출비교

(순서) ABT / 자하로바 / 취리히 / 피에트라갈라1992 / 슈타츠오퍼 / 매튜본

 -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이 서곡부분에 특별한 안무가 없이 오케스트라 반주만 이어지다가 1막이 열린다.

 - 자하로바와 1992-POB 버젼의 서곡 부분이 똑같다 했더니만 안무가 둘다 브루흐메이스터였다.

 

 


 

1. 취리히 - 세미오노바Polina Semionova 주연, 2009

 여기 백조가 가장 오딜/오데트가 딴 사람 같았던걸로 기억된다.

상당히 현대적인 무대장치였으며,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인물과 무대조명을 양분하는게 인상적이다.

로트바르트와 수석비서가 동일인물로 설정되는것은 POB나 슈타츠오퍼에서와 유사하다.

이작품이 맘에 들었다면 마찬가지로 스푀얼리안무에 세묘노바 주연의 현대적인 [신데렐라]도 권하고 싶다.

 

 

2. 베를린 슈타츠오퍼 - steffi scherzer 주연, 1998

오데트/오딜역의 스테피 쉬르쳐가 조금 낯설수도 있지만 19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 노미네이트도 된 발레리나다. 

나이든 바렌보임의 지휘무습을 볼수 있었던 백조. 취리히와 로열버젼버럼 군복을 입은 근대적 모습의 왕자.

 매튜본에서처럼 모자관계가 부각되는데 그보다도 여왕의 비중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홀어머니와 외아들의 모습이랄까? (유럽에서 이러한 기형적인 모자관계 양상을 극적장치로 종종 삼는 이유는, 한국에서라면 여전히 워낙 흔한 모습이지만, 서구적 시각에서는 굉장히 병리적이며 -사랑이라는 허울속의 뒤틀린-폭력이기때문이다)

로트바르트인 수석비서와 어머니는 작당하여 오딜을 이용해 왕자와 오데트의 사랑을 깨버린다.

왕자에게 집착하는 것은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남성임)도 마찬가지다.

결말도 보통 결말들과는 다르게 '너는 맹세를 어겼어'하며 떠나는 오데트에게 버림받고 왕자는 슬퍼하다가 죽는다. 

 

 

3. 영국 , 으음.....

매튜본matthew bourne버젼은 이미 게시글을 올렸고, 누녜즈nunez의 로열버젼은 치마모양빼고는 큰 특이사항이 없다.

-매튜본                    - 로열,2009

 매튜본의 백조는 발레에서 스파르타쿠스나 해적을 제외하면 발레리노들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매튜본이 굉장히 대중적인 코드를 잘 맞춰주는데 그의 작품들은 모두 헐리웃영화를 연상시킨다. 단, 그의 발레들을 댄스무지컬이라고 홍보하는데, 호두까기 인형이나 신데렐라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백조의 호수만큼은 현대발레가 맞다. 표를 많이 팔수 있다는건 알겠지만, 댄스시어터(무용극)와 댄스무지컬을 혼용해서 쓰겠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마케팅하는게 참 거슬린다.

 로열의 저 치마모양이 혹평 세례를 심하게 받았다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나마 오데뜨와 오딜은 클래식튀튀로 남겨놓아 다행이고, 어짜피 로열도 러시아나 파리만큼 군무를 잘하는축이 아니라 치마길이 덕에 군무를 잘하는것 처럼 보인다. 머리장식이랑 튀튀가 군무진과 오데트가 확실히 구별되서 오데트가 더 돋보이기도 하고... ^^ 4막 군무에 백조와 흑조가 섞인것(러시아발레에서 가끔 4막에 흑조들도 함께 나온다, UBC 비노그라도프 버젼에서도 그렇다)이 참 좋았다.

 

 

4. 파리오페라발레 - 르테스튀agnes letestu주연, 2005

 (완전 소중한 백조의 호수 DVD)

 고뇌하는 지그프리트로 유명해서 좀더 기대했는데, 러시아발레만 보다가 이것을 본게 아니라 다른 색다른 유럽발레들을 여러개보고 거의마지막으로 본것이라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왕자는 서곡부터 1막초까지 의자에 앉아 내내 잠만 자다가는, 여왕이 가고난후엔 한참 춤추는 분위기에 마치 왕따(?)처럼 따로 떨어져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마치 차후 왕의 역할같은 번민에 빠진듯...

 실제로 부부인 르테스튀와 마르티네스가 주역이라 호흡이 참 잘맞는 느낌이다. 르테스튀는 처음봤을땐 그냥 그랬는데(키 큰 발레리나보다 아담한 발레리나를 선호하는 편이라) 자꾸만 볼수록 너무나 맘에 드는 에트왈이다. 이지적인 인상때문에 표현이 더 깊이있어보인달까. 우수에 찬 오데뜨와 기품있고 차가운 오딜을 만날수있었다.

 1막과 2막의 경계에서 수석비서(로트바르트)와 왕자의 파드되를 넣을것은 인상적이었는데, 3막 흑조와의 파드되 중간에 로트바르트의 독무가 끼어든것은 좀 생뚱맞다 싶었는데, 3막에서 흑조+왕자+로트바르트의 사랑의 3인무가 4막에서 오데트+왕자+로트바르트의 절망의 3인무로 역설적인 반복,대비를 만들어내는것을보고는 감탄했다. 4막시작에서 다른 왕자들처럼 죄책감을 안고 오데뜨를 찾아뛰어다니는 대신 누워서 자고 있다. 4막의 끝에서 오데뜨를 로트바르뜨에게 빼앗겨버린후에도 무대에 쓰러져누워 자는것으로 막이 내린다. 헐...... 서곡부터 잠이 든 모습으로 시작했는데, 첫장면과 마지막장면 모두 왕자는 잠들어있고 로트바르트는 오데뜨를 안고 날아가는 수미쌍관의 연출이다. 백조를 만난것 자체가 왕자의 꿈이며 환상이라는 재해석이란다.

 다 필요없고(??)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것은 4막의 백조군무다. 내가 본 12개의 백조의 호수 중에서 4막이 가장 아름답다. 심지어 2막백조군무보다도 공을 많이 들인것같다. 아름다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다!!

 

 

5. 비엔나 - 누레예프nureyev & 폰테인fonteyn주연, 1966

 누레예프 안무에 그가 직접 출연했으니 단연 어느 백조보다도 왕자의 춤이 많다. 전설의 발레리노하면 바리시니코프와 누레예프다.

바리시니코프를 보며 한없이 경탄했는데 누레예프는 거기에다 기럭지까지 우월하다. 

 50을 바라보는 폰테인, 당연히 폰테인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두사람의 호흡도 좋고 흑조코다도 잘 소화해낸다.

너무 나이든 여주인공이라 그런지 폰테인은 얼굴클로즈업은 없고 전신샷만 나온다. 누레예프님의 뮤즈시니 늙었다는 타박은 그만.

 이것과 바로 위의 르테스튀 백조 둘다 누레예프가 안무한것인데 많이 다른 안무인듯. 초기안무작과 후기안무작의 차이?!

 러시아발레에서는 고전그대로 3막에 내용과 관계없는 디베르티스망들로 흑조가 나올때까지 좀 지루한 편인데여기선 다른 유럽발레들처럼 그 부분들을 좀 줄이고 흑조가 금방 등장해서 좋다.

 

 

 


 

 

 

유럽과는 대조되고 러시아와도 전혀 다른~

6. 미국 ABT - 머피gillian murphy , 2005

 누가 미국 아니랄까봐 정말로 미국영화스러운 느낌이다.

1막이 시작되기전 서곡이 흐를때 오데트가 로트바르트에게 속아 유혹당해 백조가 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1막에서 여자들의 무관심으로 소외되는 왕자의 모습이 그려지며, 3막에서 로트바르트는 상당한 매력남으로 그려지는게 색다르다. 

 그리고 누가 자유분방한 미국 아니랄까봐 일사분란은 커녕 그 비슷한 군무는 조금도 찾아볼수가 없다. 네마리백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백조군무가 너무 어수선하고 산만하다. 실력이 안되면 무대라도 어스푸름하게 했어야지, 무대까지 너무 밝게하는 바람에 형편없는 백조군무가 더욱더 돋보여 안타깝다. 그래서 백조들이 우아함은 없지만... 뭐 참 앙증스럽고 귀엽다. 

 

 

 

유럽발레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7. 라스칼라 - 자하로바zakharova & 볼레bolle 주연, 2004

 (아직까지는)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볼레와 자하로바 영상물이다. 이 둘이 찍은 영상물이 이것말고도 지젤, 라바야데르가 있는데, (라바야데르는 전막을 다보진 못했지만) 백조의 호수가 제일 훌륭한것 같다. 볼레나 자하로바나 완벽한 신체비율과 동시에 대단한 기량으로 최고의 스타가 되었는데, 특별히 자하로바의 백조는 정말로 완벽하다. 냉정한 이미지때문에 흑조가 더 잘어울리긴 하지만 오데트역 역시 어디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아, 말이 너무 길었다. [환상적인 자하로바의 완벽한 백조]라고만 해도 충분했을것을!!

 

 

 

 

p.s. 흑조 오딜의 캐릭터도 좀더 입체적으로 조명한 백조의 호수도 참 보고싶다.

흑조와 로트바르트의 관계라던가 흑조와 왕자의 관계라던가, 흑조와 오데트의 관계라던가....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몇가지 백조의 호수를 비교감상해놓은 블로그가 또 있기에 링크를 올린다

http://psunh512.blog.me/130105640706  (백조의호수 4종비교ㅡ라스칼라, 볼쇼이, POB, A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