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르테스튀에 못미쳤던, 마농이 더 돋보였던, 강수진의 까멜리아 레이디

아르미다a 2012. 6. 16. 00:40

 2012.6.15 금요일, 바로 몇 시간전 카멜리아의 여인 강수진 공연 첫회를 보고 왔다.

얼마전 쇼팽 음악 발레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으므로 리뷰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짧게라도 쓰게만든다.

 

강수진때문이 아니라 영상물로 카멜리아의 여인을 보고는 반해서 예매를 했었다. 역시 쇼팽의 음악은 정말 아름답고 참 좋았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솔리스트들도, 남성 무용수들도 매우 훌륭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물론, 내가 카멜리아여인을 르테스튀버젼으로 보지않고 이 공연으로 처음 만났다면 정반대의 리뷰를 쓰고있을지도, 어쩌면.

드라마 발레는 주역의 표현력에 따라서 모아니면도 같다 ㅡ 너무 지루하거나 대박 감동적이거나. 예를들면 맥밀란버젼 드라마발레들은 연기력의 진수인 로열에서 안하면 망할듯(? 막말...ㅋㅋ) 뭐 어떤 버젼이든 알레산드라 페리가 나오시면 명작이되지만~~ 드라마 발레는 감동적이거나 지루하거나 연기력에 따라 판가름되는데, 이 카멜리아만큼은 실력이 좀 떨어져도 쇼팽의 음악덕분에 감동적일만한 작품이다.)

 

 우선 특별히 싫었던것은 120분 공연(그것도 드라마발레인데)에 인터미션이 두번(15분도 아니고 둘다 20분씩!)이나 있다는것. 

극의 흐름이 탁탁 끊기는게 정말 맥이 빠진다. 무대전환때문에 그럴것은 전혀 없었고, 노장(강수진)의 체력때문인듯.

 POB 르테스튀의 카멜리아를 영상으로 접하고 너무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난 르테스튀를 상당히 좋아한다!)
르테스튀와 캐릭터 느낌이 많이 다른 강수진의 표현이 그렇게까지 절절하지 않았던걸까.

그래도 강수진이 이걸로 상도타고 노이마이어 안무의 더욱 오리지널이 아니던가?

어찌 실제공연을 본것이 영상물로 만난것보다 감흥이 덜 할수 있단말이냐고..... (르테스튀가 그렇게까지 위대하다는?)

 

 POB버젼에서는 르테스튀에가려 눈에띄지않았던 마농(알리시아 아마트리아인)이 오히려 마르게리트보다 훨씬 더 호소력있고 좋았다.
폐병이 있는 여주인공이 기침을 하거나 놀라거나 격한 감정에 휩싸일때 상체를 끊어지는 느낌이 들듯이 앞뒤로 흔드는 동작이 있다.

별것아닌 그 똑같은 안무가 르테스튀가 할때는 그리도 와닿더니만, 강수진이 하는것은 영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또 예를들자면 1막에서 마르게리트가 아르망의 의자를 뒤로빼며 장난하는 장면도 얌전히 비웃는 르테스튀에게서는 고상한 여유가 느껴졌는데, 깔깔거리는 강수진에게선 마냥 가벼운 느낌만났다. 마임과 춤 순간순간 모두 느낌이 이런식으로 비교대조가 되어 감상이 안됬다... 극의 초반부가 지나고 아르망의 아버지때문에 좌절하며 마농의 환영을 보는 부분부터는 그나마 극에 몰입할수 있었으나 비극이 시작되는 그 부분부터는 르테스튀의 기품있는 비애 대신 강수진에게선 청승맞은 신파 느낌(아, 배경음악이 쇼.팽.이었는데도!!)이었다...

(나중에 읽어보니 : 난 1층좌석이라 몰랐으나 3층에서 본 관객들은 아무리 드라마 발레여도 그렇지 군무가 너무 안맞는다는 평이다. 슈투트가르트 군무가 엉망이었던것은 그들의 실력이 그 정도라는 뜻이 아니라,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완성되는 군무를 굳이 성의껏 준비를 안했다는 뜻이다)

 

 사실 국내에 강수진이 위대하며 드라마발레에 탁월하다고만 널리 알려졌을뿐 구체적인 스타일에 대한 정보나 영상물은 없다.

만약 그녀의 영상물을 보았더라면 예매하지않았을것같다. (얼마나 훌륭한지 몰라도 내 취향은 아니니까)

(수정추가 : 내가 본 첫공은 덜 완벽했으나, 막공은 더 나았다는 평이더라.

나에게있어 카멜리아의 주인공은 마르게리트가 아닌 "쇼팽"이기에 더욱더 강수진의 표현이 영 탐탁지않았던것뿐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비교적 변방이며 실력보다는 명함이 잘먹힌다는 반증인지 세계적인 스타들이 현역때는 잘 안오고 은퇴후에는 참 많이 찾는 경향인데, 나는 그런, 명성만 드높을뿐 실제 퀄리티에 비해 가격만 비싼 공연은 쳐다보지않는편이다. ㅡ 행여 전성기때 오더라도 명성만으로 환호갈채를 선사하는 한국관객들의 부끄러운 수준덕에 워낙 편안한 마음으로 성의없이 준비없이 온다. 수준높기로 유명한 영국의 코벤트가든 공연은 물론이요, 서민들까지 오페라에 일가견이 있는 다혈질의 이태리 관객들은 야유-특히 3층입석-로 악명높아-손에 들고있는 리브레토를 무대로 거침없이 던지기도한단다- 최정상들도 긴장하며 공연한다던데, 참 대조적이다. 슬프다.....

 그러나 몇해전 50세의 신영옥의 피가로의 결혼을 보고 감탄&감동하고는 위대한 예술가는 쉽게 늙지않는다고, 편견으로 닫힌 마음을 조금은 열어두었었다. 하지만 신영옥과는 달랐다. 강수진이 한국에선나 국보급이고 레전드이지, 월드클래스로가면 그저 너무나 수많은 주역급 발레리나중의 하나였을뿐, 애초에 너무 많은기대를 해서 실망이 더 컸다. 나이가 많아도 좋으니 페리의 카멜리아 전막을 보고싶은데 그럴수 없는게 안타깝다. 

 

 

 

르테스튀 카멜리아 전막 볼수 있는곳 http://v.youku.com/v_show/id_XMzMwMjIzMDQw.html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카멜리아의 여인] ㅡ Letestu & Bul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