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책

기로(岐路)의 엑스맨

아르미다a 2009. 6. 10. 01:43

 (요한 9,2-3)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그 부모의 죄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인간내면의 욕망과 환타지를 펼쳐주는 영웅물인 영화 엑스맨. 

그들이 가진 변이유전자는 그들의 상처이고 또 존재의 불안인 동시에 남다른 재능이다. 야속한 신은 어째서 달란트를 거저 주시지않고 꼭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 덩어리로 주시는가.

 

 엔젤은 자신의 날개를 꽁꽁 묶어 숨겨두며 아버지의 치료주사를 맞으려다가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를 뚫고 창밖으로 날아오른다. "큐어(치료제)는 필요없다, 우리가 큐어다" 라는 자비에의 말처럼. 빛날듯 새하얀 날개를 커다랗게 풀어헤치고, 그렇게 펼친 날개로 비상하는 멋진 장면. 내가 예술적 재능을 지닌 화가라면 함축적인 한폭의 그림으로 그려내 감동을 전달하고 싶은 한컷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이 동요됬던건, 로그의 선택. 평범한 여자로서의 작은 기쁨들을 희생하며 굳이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큐어를 맞으러 줄을서는 결단. '주님, 이잔을 제게서 거두소서' 하는 성서구절이 생각난다.

 

 하느님은 각자의 그릇을 보시고 갑자에게는 작은 시련이 딸린 소박한 재능을, 을자에게는 큰 고통이 얹혀진 위대한 재능을 주시겠지. 그러나 인간에겐 또다른 히든카드가 있기에, 주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인 자유의지-이 선물마저 갈등의 수렁과 선택후의 책임 이라는 가혹한 대가가 있다-, 이 은총스런 '자유'를 무기로 우리는 기로에 선다. 영광과 고통을 함께 껴안을지 그냥 편안히 스러지는 존재로 물러설지. 잔을 마시겠는가 아닌가, 과연 십자가를 온전히 지겠노라고 순종할것인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이기에 인간세상에는 하느님의 섭리처럼 공짜는 절대로 없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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