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시몬 베드로의 매력

아르미다a 2010. 12. 17. 19:36

납득되지 않는일에 대해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요한 13:6~8)


 베드로의 첫반응은 언제나 그가 그러하였듯이 정열의 자연스러운 발로였다.

 

 그러나 발을 씻으려고 하신 예수께서는 계획이 있으셨다.

베드로는 지금 몰라도 좋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하고 싶으셨다.

그일에 대한 설명은 후에 들려 주실 것이다.

 

 

 설명을 기다리는동안 단순히 순명해야 할 것이다.

 

 

(페데리꼬 바르바로 신부의 요한복음 주해서 中에서)

 

 

 

 

 복음서에서 만나는 성 베드로 사도.. 

참 투박스럽고 단순하나 열정적인 인물이다. 덕분에 꾸밈이 없는..

(... 이제는 소박하고 단순한 꾸밈없는 열정의 매력을 알겠다 ...)

 

 성서 내용에 관해서나 주님의 뜻에 대해서 또는 신변에 생긴 원치 않던 일들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을때.

 깨달을만큼 믿음이 성숙해질때까지, 알아들을 지혜가 깊어질때까지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설명을 기다리는동안 단순히 순명해야 할 것이다.

 

 아브라함이 어린 이삭을 바쳐야 했을때 처럼.

동정녀 마리아가 수태고지를 들었을때 처럼. 

뿌리깊은 성숙한 믿음, 곧 철저한 신뢰가 있을때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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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베드로를 사랑하시어

 

베드로에대한 묵상을 하게 되었다.. 시몬베드로...

난 베드로 하면, 성 베드로 사도 나 초대교황 등의 성인 할아버지 이미지보다는 투박한 어부아저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참 투박스럽고 단순하나 열정적인 인물. 그리고 꾸밈이 없는..

예수님이 게세마니 동산에서 고통스런 기도를 하실때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던 모습이나, 예수님이 잡혀가시고 세번이나 주님의 제자임을 부인하던 나약한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인.

 예수님께서 수난예고를 하실때 대들던 모습이나, 발을 씻겨주신다고 했을때 당치않다고 버티는 모습, 그리고 잡혀가실때 로마군사의 귀를 베어버리는 행동들에서 그의 예수님에 대한 정열적 충심, 다소 다혈질적인 기질이 엿보인다.

 

 

 

 예수님이 부활하신후 베드로를 만나셨을때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번이나 물으신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그가 도망친것, 당신을 부인한것에 대해 책망하지않고 그렇게 용서하셨다는것도 물론 감동적이지만, 정말 이 질문의 하이라이트는 베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다. 그가 스스로를 용서할수 있도록 그의 입으로 주님을 사랑한다는 시인을 세번이나 반복하게 하셨다.

 공생애중 예수님의 베스트프렌드였을 베드로의 한순간 비겁한 배신. 예수님을 잘 알고 있는 베드로는 주님께서 베드로 자신을 용서하셨다는걸 분명히 알수있었을것이다. 그러나 선하고 단순한 베드로의 심성으로 배신자인 스스로를 용서하기가 참 불가능했을것같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의 죄책감과 수치심이 베드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그를 보호하신다. "나를 사랑하느냐" 라는 질문에 "주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대답얻기를 반복하시면서...

 예수님이 그렇게 고백을 이끌어내지 않으셨다면 면목없는 베드로가 용서는 청했을지언정 감히 주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릴수 있었을까.

 

 어느 책에선가 읽은 내용이 겹쳐졌다. 암투병중인 엄마가 어린딸과 말다툼을 하다 딸이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하고 감정적으로 말을 뱉어버렸다. 그 엄마는 그 말에 상처받을 겨를도 없이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딸을 붙잡고 눈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이렇게 얘기했다. "방금 니가 한말은, 니가 너무너무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해버린 말이야. 니 진심이 아니야" 자신이 죽고 난뒤 딸이 본인이 해버린 말때문에 엄마생각을 할때마다 마음아파까봐 걱정하는 깊은 모성.

 여기 이 엄마처럼 예수님도 베드로를 그렇게 사랑하셨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의 사랑과 비교할만한 사랑은 없는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가페적이고 헌신적이라는 부모의 사랑도 때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대리만족적이라 자식을 망쳐놓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사랑이 오히려 사랑이라는 허울을 쓴 폭력으로 자식들을 숨막히게 하는경우도 많은데 말이지.

 그래서 하느님은 진짜 사랑을 주시려고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신거같다. 선악과를 따먹을 자유, 카인이 아벨을 죽일자유, 급기야 슬프게도 복음을 전하러 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는 선택을 할 자유. 최고의 선물인 자유의지가 동시에 고통의 근원이지.

 예수님께서도 성부하느님의 뜻을 아시고, 전능한 힘을 발휘해 억지로 복음을 강요하지않으셨다. 원하지않는 도움을 억지로 안기는 것, 그건 사람들방식의 폭력적인 사랑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 사랑할 능력은 없는거라고 했던가. 다만 주님이 주신 그 사랑으로 사랑을 할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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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7일 수요일, 예수님이 공생활의 상당부분을 보냈던 갈릴래아 지방, 여러기적이 일어났었던 가파르나움 지역을 돌아보았다.

 호수가 보이고 성당정원이 잘 가꾸어지고 햇살도 좋아 휴양지 같았던, 베들레헴이나 예루살렘보다 훨씬 더 좋았던 갈릴래아.

 

 그 중에서도 베드로 수위권 성당이라는, 예수님의 마지막 발현지이자 고기잡이의 기적이 일어났던 이 곳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아름다운 갈릴리 호숫가 바로 옆에 있는 이곳 성당안에는 mensa christi 라는 돌이 보존되어 있다. 고기잡이 기적으로 얻은 생선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아침식사를 나누었다는 그 돌자리.

 

 

 헌신적 사랑인 아가페오와 쌍방간의 우정인 필레오...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가페오(아가파오)'라 하는 예수님과 '필레오'라 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려진다.

 

 이 돌위에서 아침을 나누며,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다시금

"너는 나를 '아가페오'하느냐" 라고 묻는다. 

그리고 베드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는 주님을 '필레오'합니다" 라고 답한다.

 

 세번째로 예수님께서는 결국 아가페오 대신 필레오로 눈높이를 맞추어 물으신다.

베드로는 끝내 "당신을 '아가페오' 하노라"고 답할수 없었다.

"제가 주님을 '필레오'하는 줄을 주께서 아십니다" 라는 마지막 대답을 하고, 수위권을 재차 확정받는다.

 

 

 운명의 순간 이전, 예수님의 좀더 행복했던 시기의 배경장소인 갈릴래아 지역이라서 그런걸까. 

 햇살좋은 날씨의 거대한 갈릴리 호수가 더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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