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존재의 집

스페인어의 꽃, 접속법 - 개념부터 잡아보기

아르미다a 2011. 9. 11. 16:25


 접속법(영어로 subjunctive)이란 ㅡ 로망스어 계통 언어들의 큰 특징으로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대상을 표현하는 동사변형이다.

 

 다른 인도유럽어족 (게르만어, 슬라브어) 에서도 '가능법'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문법이 존재하나 로망스어들 (대표적으로 프랑스어, 스페인어) 에서 유난하다.

 

 우리말에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심지어 영어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공부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롭다.

 

 

        ← 꽤 괜찮은 교재 둘!

 

 

 문법적으로 말하자면 주절과 종속절로 이루어진 문장(주절이 생략된 문장도 포함)에서 주절의 의지가 종속절을 얼마나 지배하는 지에 따라 접속법의 쓰임이 결정된다.

 

 

 그래서 종속절이 [조건]절이 되면 거의 대부분이 접속법이 되고, 종속절이 [결과]절이 되면 거의 대부분이 직설법이 된다. - 결과는 확실히 일어난 일이고, 조건은 충족되어질지 아닐지 알지못하는 불확실한 대상이므로.

 

 대략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한 몇가지 예를 들어본다.

 

 

## 같은 문장에서 동사를 직설법(접속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가 아는 한국어와 영어의 보통 일반적인 동사가 모두직설법이다)으로 쓸때와 접속법으로 쓸때, 의미가 달라진다.

 

* Espero que volveras ㅡ 직설법 : 돌아올것이라 예상해.

  Espero que vuelvas ㅡ 접속법 : 돌아오기를 바래.

- esperar에서 미래에만 해당되는 구별이다. 주절인 그의 예상,기대를 표현한것이 직설법인데 반해, 접속법은 주절의 의지와 희망의 표현이다.

 

* Cuentame lo que has visto ㅡ 직설법 : 니가 본걸 말해.

  Cuentame lo que hayas visto ㅡ 접속법 : 니가 본게 있다면 말해봐.

- 주절의 주어가 종속절 주어의 목격을 확신하는 것이 직설법 문장이고, 접속법 문장은 본것이 있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속에서 가정하는 상황이다.

 

* Dice que comes ahora ㅡ 직설법 : 그는 네가 식사한다고 말해.

  Dice que comas ahora ㅡ 접속법 : 그가 네게 식사하라고 하네.

 - 주절인 그의 일방적 의지가 들어간것이 접속법이고, 객관적인 사실전달은 직설법이 쓰였다.

 

* '~ 임에도 불구하고' 라는 뜻의 aunque 의 경우 접속법에 쓰이면 가설인 '~일지라도' 로 해석되며, 직설법에 쓰이면 사실인 '~이지만' 으로 해석된다.

 Aunque esta lloviendo, saldre ㅡ 직설법, 비오지만 갈거야.

 Aunque este lloviendo, saldre ㅡ 접속법, 비오더라도 갈거야.

 

* 명령문의 종속절에 접속법이 쓰이면 목적인 '~하기 위해서 ~해라' 가 되고, 직설법이 쓰이면 이유인 '~이기 때문에 ~해라' 가 된다.

 Abre la ventana, que hace calor ㅡ 직설법, 더우니까 문열어.

 Abre la ventana, que haga fresco ㅡ 접속법, 시원하게 문열어.

 

* '~와 같은' 이라는 뜻의 como 의 경우 직설법에 쓰이면 '왜냐하면'으로 해석되며, 접속법에 쓰이면 협박의 의미로 해석된다.

 Como no estudias, te suspendieron ㅡ 직설법, 공부안하니까 낙제하지.

 Como no estudies, te suspendieron ㅡ 접속법, 공부안하면 낙제될거다!

 

* '~의 방법으로' 라는 뜻의 de modo que 류의 경우, 직설법이 쓰이면 '그래서, 그러므로' 로 해석되며, 접속법이 쓰이면 목적인 '~하기 위해서' 로 해석된다.

 Lo dice, de modo que parece verdad ㅡ 직설법, 그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실처럼 보인다.

 Lo dice de modo que parezca verdad ㅡ 접속법, 사실처럼 보이기 위하여 그것을 말한다.

 

* '항상' 이라는 뜻의 siempre que 의 경우 접속법이 쓰이면 '~하는 조건으로' 라고 조건절로 해석되며, 직설법에서는 ''그러할때마다' 라는 시간절로 해석된다.

 Siempre que me ve,me saluda ㅡ 직설법, 날 볼때마다 인사한다.

 Siempre que me vea, me saluda ㅡ 접속법, 날 본다면 인사한다.

- 이와 마찬가지로 영어의 when에 해당하는 이런저런 시간절(hasta que, cuando, en cuanto, tan pronto como)류 에서 접속법이 쓰이면 미래형으로 해석하고, 직설법이 쓰이면 습관형으로 해석한다.

 

 

## 이렇게 접속법과 직설법 동사가 모두 가능하여 의미가 달라지는 문장도 있지만, 직설법이나 접속법 둘중에 하나만 취사 선택하여야만 문법적으로 논리적인 문장도 많다.

 예를 들면, 특정 희망이나 기원을 표현하는 문장형태에서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직설법)미래시제를 쓸수 없다. 접속법현재로서 앞일을 표현한다(-접속엔 굳이 미래가 없다)

 Ojala te mejores!   (O)

 Ojala te mejoraras!   (X)

 왜냐하면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발생하지않은 미지의 사건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접속법을 사용하는데, 접속법은 그 자체가 주관성과 불확실성이므로 심지어 접속법의 과거시제로도 미래를 표현할수 있다.

 

 

## 접속법이 공손함의 도구로 쓰일수도 있다. 특히 명령문의 경우가 그러한데, 직설법으로 쓰면 일방적 요구가 되는 문장이 접속법으로 쓰면 아주 정중한 부탁이 된다. (가능법으로 쓰면 그 중간정도의 가벼운 부탁의 뉘앙스다)

 왜냐하면 접속법은 주절(주절이 생략된 문장의 경우 화자)의 영향력이 희미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직설) Puedes darme la guia telefonica?

  ㅡ Can you give me the telephon book?

 (가능) Podrias darme la guia telefonica?

ㅡ Could you give me the telephon book?

 (접속) Pudieras darme la guia telefonica?

ㅡ Would you kindly give me the telephon book?

 

 (직설) Quieres acompanarme al cine?

ㅡ Do you want to go with me to the movies?

 (가능) Querrias acompanarme al cine?

ㅡ Would you like to go with me to the movies?

 (접속) Quisieras acompanarme al cine?

ㅡ Would you, please, like to go with me to the movies?

 

 비슷한 맥락으로 명령법 문장의 경우 tu(너)에게는 직설법으로, usted(당신의 높임말)에게는 접속법으로 사용한다. 부정명령의 경우에는 tu에게도 접속법을 쓰는데 그 이유는 "하지말라"고 하는 그 사건은 결국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이다.(존재하지 않는것은 불확실이라는 뜻)

 

 


 

 어렵지만 그만큼 정말 멋진것이 접속법이다.
"실재하는 것"과 "단지 사고에서만 가정하는것"을 차별하여 다른 동사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  화자의 일방적인 의지의 정도에 따라 동사의 형태를 달리하여 사용한다는 그 아이디어 자체가 참 매력적이다.

 합리적인 철학의 유럽사람들은 이렇게 사유하는구나 하고 엿볼수 있다.
 네이티브들 사이에서도 접속법을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교양정도를 가늠한다. 그러므로 더더욱 접속법을 더 잘하고 정복해서 꼭 내것으로 만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