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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들, 그리고 마술(환상)적 사실주의

아르미다a 2011. 9. 18. 12:47

 

난 파울로 코엘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을 다섯권이나 읽었다.

두세개도 아니고 다섯개나 읽어준(?) 작가는 유일하다.

 

 

 가장 먼저 읽어본 책은 연금술사. 가장 인기가 많은 책이기도 하며 위 다섯권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책이기도 하다.

 두번째로 읽었던 책은 오자히르. 강렬한 바람 이라는 뜻의 아랍어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푸른색 커버들의 세권의 책을 줄줄이 읽었다.

 

 솔직히 읽을 때마다 다들 그닥 별로 였다. 무엇보다 작가가 지나치게 설교를 많이하고, 중남미 문학의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요소가 낯설었다. 그나마 개중에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구성이 특이해 흥미로웠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비교적 읽을만 했다. 청소년기에 여러번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때문일까. 예술과 광기는 서로 꼬리를 무는 관계일까.

 

 비슷한 두작품으로는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와 '포르토벨로의 마녀' , 신의 여성성을 강조했다. 카톨릭이 그렇긴 하지만 중남미에서는 유난히 성모신심이 깊다.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 덕분일까, 라틴 아메리카의 또난친 여신과 결합한 과달루페 성모신앙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서 일까. 그러나 소설속에서는 카톨릭 특유의 성모신심의 색깔이 아닌 (오자히르도 그렇고 다른 작품에서도) 상당히 범신론적이며 철학적인 주제를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질감도 그리고 수다쟁이 설교자 코엘료도 거부감이 들었는데도 왜 그 작품을 자꾸 찾아 읽었을까.

 이유는 중남미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마르케스와 보르헤스 이후 ‘마술적 리얼리즘’의 전통을 이어받은 ‘남미문학의 적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중남미 문학(그리고 영화)의 시그니쳐 라면 '마술적 사실주의'다.

 

 "소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부르는 남미문학의 전통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라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엘료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 사이에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은 시작한다. 내 조국 브라질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수많은 사람들이 흘러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 더불어 살기, 관용,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열린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과 환상, 이성과 감정 사이의 벽을 없앨 수 있었다.” 라고 대답했다.

 

 마술적 사실주의. 그 명칭에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사실주의와 환상문학의 혼합이다. 그 몽환적인 느낌은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조금 상상해보자. 하지만 SF나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다. SF는 억지로라도 과학을 입혀놓은 것이고, 판타지는 그 시공간의 배경까지 모두 가상의 세계로 옮겨 놓은 것이다.

 

 중남미 대륙은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비극적인 폭력을 겪었다. 그러나 폭력적인 식민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인디오 문화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채 이식된 유럽문화의 이질적인 융합을 이루었고, 이로인해 탄생한 이종혼합문화는 오늘날 중남미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 같은 작가들을 예로 들면 감이 잘 오지않을수 있어 먼저 환상적 사실주의가 입혀진 유명한 영화들을가져왔다.

 위의 두작품 '판의 미로'와 '오퍼나지'는 모두 기예르모 델 토로 의 작품이며, '영혼의 집' 은 이사벨 아옌데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것이고, '바닐라 스카이'는 '오픈 유어 아이즈' 라는 남미 영화를 리메이크 한것이다.

 

 우선 키아누 리브스가 나온 매트릭스. 약간의 SF가 가미 되긴 했지만 보르헤스의 소설 '원형의 폐허'를 원작으로 활용한 영화다. 기본적인 모티브는 '바닐라 스카이'나 '인셉션' 같은 미국 영화에도 쓰였다.  ㅡ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우리보다 인식 능력이 좀더 뛰어난 저급 신의 창조물이며, 초월적 존재에 의해 상정된 이 세계는 그 인식 작용이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길이 없다는 보르헤스의 아이디어.

 

 '바벨의 도서관' 이라는 또 다른 소설에서 보르헤스는 우주의 비밀을 상정하고, 인간은 우주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인식능력을 지닌 신의 작품이 인간에게는 출구가 없는 미로로 비칠 뿐, 그 비밀의 암호는 해독 불가하다고 말한다.

  보르헤스는 그의 작품들에서 세계의 모든 현상들이 단지 환영일 뿐이며 이 세계에 대한 모든 설명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 침투하고 섞이면서 우리들이 타성적으로 생각해온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기존 관념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라고 한다. 문학 역시 인간이 소비를 위해 언어로 구성해 놓은 비현실이지만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문학의 범주 종래 이 세계를 해석해 놓은 모든 철학과 신학 등의 형이상 체계도 포함한다.

 

 노벨문학상으로 알고 있는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이 소설은 기존의 사실주의의 틀을 깨고 신화와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인간의 운명'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신화소에 감추어 버린다.마술적 경이로움, 현실과 비현실의 벽을 허문 '마술적 사실주의'가 가장 완벽하게 형상화된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묘사적인 사실주의로 부터 탈피하여 환상, 마술, 신화, 꿈, 신비 등의 요소가 가미된 추자연적인 문체를 구사하며, 이러한 환상성은 작품의 사실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욱 교양시키고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소설이 다루는 현실이란 현실과 신화와 상징이 포함되는 광의의 현실이다.

 꿈, 잠재의식, 환상, 의식의 흐름, 또 다른 자아 등의 문제를 다루는 심리적 사실주의, 자연과 인간영혼의 신비, 그리고 신화를 다루고 있는 마술적 사실주의, 직선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을 부정하고 다양한 시점과 화자를 등장시켜 혁신적인 기법으로 소설을 전개시키는 구조적 리얼리즘 등, 감각적, 신화적, 몽환적, 형이상학적, 그리고 신비적 차원을 모두 포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