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영화관에서 3D로 만난 마린스키(오시포바)의 지젤

아르미다a 2012. 11. 14. 11:56

 

 

 드디어, 드디어!!! 오페라 뿐만 아니라 발레까지 영화관으로 들어왔다!!

오매불망 언제 오시려나 기다렸는데 어찌나 기쁜지 무조건 예매!

 메가박스 요 이쁜것이 콘텐츠 스펙을 확장해 주는데, 암 암 사줘야지 사줘야하고 말고~~

발레를 들여온것이 지젤이 처음은 아니고 얼마전에 피나바우시와 매튜본의 현대발레 역시 3D로 해줬다.

 무용계에서는 최고 흥행한 (마케팅 포인트를 뮤지컬쪽으로 맞추긴 했지만) 매튜본판 백조의 경우 무려 15개의 관에서 상영해줬다.

 

 아쉽게도 일반 직장인들이 쉽게 볼수 없는 평일 낮시간에만 상영하긴 하지만, 그중에 가장 늦은 시간인 6:30분에 상영하는 어제날짜에 코엑스 메가박스를 찾아 감상했다.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극장안에는 30여명쯤 되는 사람들이 자리했고, 나이지긋하신분을 빼면 남성관객은 없었다. 혼자온 여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전에 올려준 피나바우쉬나 매튜본의 작품은 화질도 좋고 3D의 특장점을 제대로 살려 관객들이 만족했다던데, 이 지젤은 그렇지않았다. 내가 3D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않기도 하지만 이건 아주아주 약간의 입체감이 느껴질뿐 발레의 감동을 더해주는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눈만 아팠다. 더 서러운일은 두시간정도의 지젤을 90분으로 짧게 편집을 해버렸다는점. 인기없는 시간에 돌려주면서 2시간도 내주기 힘들었단 말이냐...ㅠㅠ 뭐 해준게 어디냐만은....

 굳이 3D로 안해줘도 좋으니 편집없이 보여주거나, 초고화질로 제작해주면 안되겠니? 어찌 위대한 마린스키 발레단의 작품에 싹둑싹둑 가위질을 한단말이여?!

 

 

 

 

 오시포바의 지젤이라.... 알브레히트는 게다가 왕자님형으로는 전혀 안어울리는, 오히려 백조의 광대정도 역에 딱 어울릴법한 사라파노프.

그래도 좋았다. 물론 [지젤]이라는 작품으로서 참 맘에 든다 까지는 아니지만, 오시포바의 춤을 한껏 볼수있다는 점만으로도 기쁜 감상이었다. 날렵한 사라파노프는 2막에서 윌리들에의해 강요된 죽음의 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뽐낸다. 앙트르샤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아'하는 낮은 감탄소리를 내고 말았다. 또한 콘다우로바의 미르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듯! 미르타라면 이래야지 싶다. 카리스마와 서늘한 분위기.... 군무도 너무 멋질것같은데 화면에 제대로 못담은것같아 속상했다.

 

 그리고 오시포바!

 테크닉적으로 가장 완벽한 이시대의 발레리나로 자하로바를 많이 꼽는데(신체비율때문에 더 그렇겠지?), 나에게는 자하로바가 아니라 오시포바다.

2막에서 기대했던것이상으로 지젤의 처연함을 표현해냈지만, 그럼에도 부구하고 나에게 이 작품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지젤은 없고 오시포바만 있을 뿐이었다. 이미 그녀의 경이로움은 에스메랄다와 파리의 불꽃, 코펠리아 등의 다른 영상물에서 만나보았지만 이 작품 지젤에서 진짜 제대로 만나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십수편의 지젤을 봤던지라 비교가 더욱 극명히 되었다.

 '역시 그대는 체조선수 출신이군요'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기계같은, 아니 컴퓨터같은 믿기지않는 그런 발란스는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요... 그 어떤 지젤보다 높이 도약했고 빠르게 돌았으며, 회전을 할때는 제자리에서든 점프하면서든 회전축이 미세한 정도도 흔들리지않았다. 2막에서 처음 등장하자마자 한쪽 다리를 뒤로한채 빠르게 도는 것 역시 그 어느 지젤보다 드라마틱했다.

 오시포바에게 몸무게라는 것은 없는걸까, 아니면 영화 '업사이드다운'에서처럼 몸에 중력에 맞서는 장치라도 내재되어 있는걸까 하는 느낌이 절로든다.

 

 여기 이 지젤이 (편집을 해놔서 더욱 그렇겠지만) 이런저런 디테일한 부분들도 그렇고 썩 마음에 들지많은 않지만 결론은....

..... 아, 오시포바 사랑해요!!!

 

 

 

p.s. 12월에는 마린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주역은 소모바 라고 합니다)이 3D로 메가박스에서 개봉한다니,

기대하고 꼭 예매해서 보러갑시다. 많이 많이 봐줘야 큰 스크린으로 발레 감상할 기회가 점점 늘어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