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2013 국립발레단] 한국의 지젤을 만나다, 이보다 절절할수 있을까

아르미다a 2013. 5. 5. 12:12

 

 

 

 발레에 푹 빠지기 직전 POB의 지젤이 서울에서 공연을 했었다. 퓌졸까지 캐스팅되어.... ㅠㅠ

그 공연 놓친것을 못내안타까워하며 꼭 만나보리라 벼르고 있던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일찌감치 예매해뒀다.

연말 볼쇼이의 백조공연이 취소(연기)되었다는 쓰나미급 재앙소식에 벌렁이는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기다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칼군무에 미치지못한다는 국립발레단 군무의 평판을 마침내 흔들어준 2011년 지젤이었다던데

2년전 파리오페라발레단측에서 혹독하게 다듬어준 훌륭한 군무가 이제는 완전히 국립의 것으로 자리를 잡은것일까.

특별할것없는 1막 초반임에도 군무진이 춤사위가 매력적이라 주역들이 춤대신 마임을 하는 장면들에선 번번히 주인공들대신 군무진으로 온전히 시선을 빼앗겼다.

 1막의 주인공은 솔리스트와 군무진들이었다고 감히 말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POB버젼이라는데 어쩜이렇게도 한국적 정서를 입은듯 다른지젤에 비해 더없이 친근하게 다가왔을까. 알브레히트 시종역의 연기까지도 말이다. 패전트파드되 사이에 넣은 농촌처녀들의 4인무가 흡사 백조에서 큰백조4인무를 보듯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패전트파드되의 김윤식과 주인공 정영재의 대단한 몸놀림을 보고있자니 작년에 만났던 국립의 스파르타쿠스가 이래서 가능했구나. 한국의 발레리노 수준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다시금 감탄했다. (아, 국립의 스파르타쿠스 또 보러가고싶다.................)

 

 

← 주인공 박슬기와 정영재 

 

 

  박슬기와 정영재. 아, 난 당신들을 사랑하게 되버렸다구...!!! 갓 수석이 된 무용수들 맞아?! (작년 나를 매혹시켰던 예기나역도 박슬기였다)

1막에서는 주인공만큼 매력적인 외모의 힐라리온(송정빈)과 귀공자티가 철철 흐르는 알브레히트에 정신이 팔려서 그랬는지 예상보다 훌륭한 조연들의 춤사위에 넋이 나갔었는지 막상 지젤에게는 별 인상을 받지못했었다. 워낙 페리의 관절이 없는듯한 지젤을 수차례 보고 또보고 한지라 1막의 지젤이 그저 농촌아낙같이 안이쁘다 싶었고...

 

 그러나 2막에서는.... 지젤2막은 작년 ABT내한공연에서 만났던 지젤2막에 비할수 없이 훨씬더 살떨리는(?) 전율을 느꼈다. (하긴 뭐 그땐 헤레라와 켄트만 짱이었지...) 윌리들의 춤이 작년 ABT보다 훨씬더 훌륭했음은 굳이 언급하는것조차 국립발레단에게 결례가 될정도고, 어떤 지젤보다도 나를 절절하고 슬프게 만들었다. 그냥 애절한 느낌이구나가 아니라 관객인 나까지 동화시켜 절절한 슬픔에 녹아들에 만들었다. 지젤의 절절한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남자주인공인 알브레히트의 뒤늦은 참회와 슬픔까지 말이다. 윌리들도 정말 무서웠다.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한국의 처녀귀신들처럼 말이다. 서슬퍼런 카리스마가 미르타뿐만 아니라 윌리들에게도 느껴졌다. 다들 표현력이 탁월하다.

 1막부터 느낀거지만 다들 표정연기까지 어쩜 그렇게 만족스럽게 공연을 해낸단 말인가. 이태리장인의 솜씨라던가? 곱고 예쁜 의상들도 눈을 더 즐겁게해주었고, 극이 시작하기전 오케스트라없이 녹음된 음악이라는것에 적잖이 실망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세계적인 무결점 영상물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용수들의 피땀을 진하게 느꼈다. 2막에서 죽을듯이 춤추는 알브레히트가 공중회전을 할때마다 수많은 땀방울이 흩뿌려지는것이 조명빛에 작은 보석처럼 반사되었다. 중간중간 고난이도 동작이 시작하기전의 완벽하고자하는 주역과 솔리스트의 욕심과 긴장감이 엿보였으며, 군무진들의 오랜 노력과 성의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브라보ㅡ!

 매년 한국의 지젤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