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 발레

광란의 아리아

아르미다a 2009. 6. 9. 22:50

오페라에 일명 4대 mad scene 라는게 있다.

안나볼레나, 맥베드, 루치아, 햄릿의 그것이다.

 

 안나볼레나, 아직도 사랑이 타버린 잿가루에 연기가 나고 있다는 아리아 대사가 짠하다... 남의 사랑을 짓밟고 올라선 자리의 덧없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죽기전에 "오월이군요" 라고 말하며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교수대에 오른다.

 

 멕베드부인, 죄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용서받지 못할 자의(자신에게조차) 뼈져린 고통이 전해진다.

 

 루치아, 운명을 원망한다. 타인에 의한 강제적인 선택이었음에도 자책감을 감당하지 못해 도피처로서의 실성...

 

 오필리아, 운명을 원망하는 따위의 거창함이 없는 순수함.

 흐느끼는듯한 고음, 슬피호소하는듯 영혼을 목에서 끄집어내어 위로 날리는듯한 선율...

 '하늘을, 태양을, 땅을 의심해도 내사랑을 의심하지 말라'던 무릎으로 떠받친 그 사랑고백을 못잊고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는... 연약한, 사랑의 상실을 받아안고 현실을 직시하기엔 너무 아파 미쳐버린 가련한 오필리아의 아리아.

 기댔던 사랑이 무너져 어찌 가누어야 할지 모르는 마음처럼 고음이 선율이 허공을 떠다닌다.

 

 

 19세기에 유난히 정신이상 예술가가 많았단다. 그래서 오페라에서도 주인공이 미치는 장면이 유행이었다. 루치아, 청교도, 몽유병의 여인... 이 시기에 미친자들을 섬세하게 관용적으로 묘사하는게 가능했다고 한다.

 

 예술은 광기와 이어져 있는건 아닐까.

 

 모차르트보다도 속성(?)으로 작곡을 해나가 짧은 생애에 70여편의 오페라를 쓴, 그면에서는 로시니를 닮은 천재적인 도니제티. 이면에는 어린시절 겪은 빈곤을 벗어나려는 강박적 몸부림이 있었다던데... 중년쯤부터 문제가 생기더니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태리 오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의 오페라, 최고로 서정적이며 아름답다고 감히 말하고 싶은 예프게니오네긴을 쓴 차이코프스키(오페라의 쇼팽이라 부르고 싶다^^) 역시 어릴때부터 우울증이 있었고 점점 심해졌으며 동성애적 성향도 있었단다.

 자살기도까지 하게한 그의 결혼생활이 파탄나자 그 신경증이 더욱더 심각해졌다는데... 그는 이 시기에 '예프게니오네긴'과 세계적 발레걸작들을 완성했다.

 

 감성적으로 더 예민한 사람들이 예술가가 된다는데.. 일반인들이 알아채지 못하는것을 끌어내어 작품으로 만드는 예술가들... 그래서 우울증이나 정신이상과 깊은 연관이 있는것인가 보다.

 개인의 비극이 후대의 미학이 되다니... 한편으론 끔찍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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