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 발레

비가극 속의 러브 스토리

아르미다a 2009. 6. 9. 22:51

러브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이중창, 

 연인끼리 주고받는 이중창, 삼각관계를 이루는 세 남녀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 절묘히 하나의 노래가 되는 삼중창. 솔로아리아보다 훨씬더 감동적이다. 합창의 울림은 또 언제나 부드럽고 큼직하게 감상을 울린다.

사랑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이중창은 죄다 아름답다. 두 남녀주인공들이 고전적이고 과장된 다소 느끼할지모르는 시적인 언어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노래하는 이중창이 짠하다. 특히 비가극 특유의 온갖 수사법이 뒤범벅된 그 가사들...

 

 

 

 오텔로

 

 오페라의 다른 남녀 관계가 불타는 열정같다면 그중에 가장 깊은 사랑으로 다가오는건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이다.

 서로의 허물까지 사랑했으니까. 그럼에도 열등감으로 그 사랑을 망치는 비극... 그래서 가장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노르마

 

 노르마는 사랑하는 후배의 애인 이야기를 부분부분 공감하며 듣다가 남편의 내연녀임을 알아버린다. 그때 그녀의 심경. 얼마나 손떨리게 노여울까. 복장뼈 안쪽에서 팔딱거리던 주먹만한 것이 답답하게 뒤뚱뒤뚱 두근대겠지. 옥죄이는듯한 얼얼한 통증이 분노와 섞여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장면.

 더 사랑하는 자는 덜 사랑하는 자의 오만함과 이기심을 참아내며, 그런 자신의 초라한 모습까지 수용해야한다고 하던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내연녀 롤라가 마치 비제의 카르멘처럼 느껴진다. 뚜릿두는 노르마의 폴리오네를 연상시킨다. 부활절 아침, 저주를 받으라고 퍼붓는 산투자의 모습에서 복수하겠다고 폴리오네에게 분노에 떨며 대응하는 노르마가 겹쳐진다.

 유명한 간주곡을 비롯한 전체적인 음악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슬프다. 그래서 더 잘어울리는것인가. 예전에 뚜릿두와 롤라가 사랑했을때 또는 산투자와 사랑했을때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그래서 더 슬프다고 이야기하는것 같은...

 간주곡은 더없이 평화로운 아름다운 이태리 시골안의 비극을 묘사하는 걸까. 차분한 음악이 슬픔을 담담히 받아들이는것 같아 애잔하다.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의 배경음악일 듯한 서곡과 간주곡.

 세상이 아무리 뒤집혀도 날씨좋은날 햇빛에 나뭇잎이 반짝이듯이, 꽃봉오리가 살며시 예쁘게 열리듯이 그렇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음악은 절제된 비통함 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결국은 별거 아니라는 여유있는 조물주의 관조처럼 너무나 평화롭다.

 싱싱한 계란 노른자처럼 샛노랗고 탐스러운 반개한 프리지아를 화병에 꽂아두고 간주곡을 들려주노라면 반개한 프리지아가 만개해버릴것만같은 음악.

 

 팔리아치

 

 공연이나 영상물에서 카발레리아루스티카나와 단골 짝꿍이되는 작품. 제피렐리 영상물안의 도밍고의 눈과 목소리안에는 단지 성질있는 무식한 남편의 광폭이 아닌, 아내를 깊이 사랑했다는것과는 또 다른 비극이 느껴진다.

 네다가 그의 최고의 어쩌면 지겨운 일상중의 유일한 희망과 기쁨이었음을... 그게 산산히 깨어져버린것, 그걸 받아들일 시간과 여유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팔리아쵸의 절망이 깊이있게 느껴진다.

 묵직하게 심금을 울리는 무대속의 또다른 무대위에서의 그의 표정... 고이 묻어둔 관객의 깊은 좌절감까지 흔들어 깨운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

 

 오르페오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유리디체의 호소하는 아리아가 길고길게 그들이 통과해야하는 지옥의 터널보다 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술피리에서 파미노가 파미나의 간청을 이기고 침묵을 지킨것과 달리 오르페오는 유리디체를 돌아보게 된다.

 오르페오의 유명한 아리아 'che faro senza euridice' 는, 눈을 들어 위를 보면 흑단같은 밤하늘에 별빛이 박혀있을것같은 느낌이다. 이내 별빛이 흐려지다가 오르페오의 슬픔과 함께 주르륵 흘러내릴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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