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운명의 힘', 그 불가항력적인 것

아르미다a 2009. 11. 23. 13:09

일년이 넘게 기다린 서울시오페라단의 운명의 힘.

역시 베르디스러웠다. 음악도, 내용도.

 

 

 스토리는 다소 지루하고 전개도 구성지지 못했다. 하지만 베르디의 훌륭한 음악이 충분히 보상해주었다.

 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이었다. 물론 정명훈이 지휘한것은 아니었지만 횡재한 느낌. 중간중간 목관악기가 솔로로 나오는 부분하며 전체적으로 베르디의 장중함을 표현하는 그 역량이라니.

 

 레오노라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은주의 부드러운 음색이 참 좋았다. 도약부분에서나 프레이징이나 어택에서 어찌나 소리가 둥글고 부드럽던지 유하고 선한 레오노라를 표현해냈다. 물론 소프라노 고음이 많이 올라가면서 포르테로 되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힘있게 발성했다. 전반적으로 듣기에 포근하고 편안한 그리고 연기와 가창력도 훌륭한 레오노라였다. 올여름 노르마에서 폴리오네를, 그리고 가을 투란도트에서 칼라프를 노래할때 본 테너 이정원과 잘 화합되었다.

 

  총소리효과가 너무 요란한게 흠이랄까. 그리고 카를로의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게 연출되었다. 카를로의 갈등과 번민도 조금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면 좀더 그 가혹한 운명의 힘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알바로는 말미에 자신의 운명을 껴안을수 있었을까. 태생도 불행하고 사랑도 불행하고...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그럼에도 반항적이기는 커녕 순하게 수도원으로 찾아든다. 하느님과 만날수 있을것같은 그 수도원깊이 꼭꼭 숨어도 가혹한 운명의 힘은 그들을 봐주지않았다. 카를로. 자신의 생명의 은인임에도 5년이상이나 지났어도, 절대로 용서하지못할만큼 그렇게 복수의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든건 그 자신이었을까 운명의 힘이었을까.

 

 운명, 그것은 하찮은 인간의 노력따위에는 비할수없이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