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베르디 '돈 카를로'

아르미다a 2009. 6. 9. 22:29

 

 

 정기공연이라 그런지 신경을 많이 쓴듯했다. 몇번씩 안되긴 하지만 예술의전당의 국립오페라단보다 세종의 서울시립오페라단이 더 마음에 든다.

 그런데, 총공연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나 코지판투테 도 길다고 하는 나, 바그너나 5막짜리 프랑스오페라들처럼 긴 오페라는 가급적 안보려고 노력(?)하던 나, 다소 긴장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단막짜리 짧은 살로메 가 지루했던것과는 대조적이지..)

 

 베르디... 남성중심적이고 잔인하게 꼬이는 운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이좋아하진 않는 작곡가였는데, 내가 본 오페라들 -조각조각 동영상으로 본것까지 합치면 30편이 넘는- 중 최고의 멋진 오페라인 [일트로바토레] 를 본후에도 '흠, 이작품은 너무너무 최고지만 그래도 다른작품은 별로야' 라며 호감이 가지않았던 베르디였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그렇게 베르디에 열광하는지 조금 알법했다.

 그는 왜... 개인들의 내면적 고통에 그리도 집중했을까. 그의 작품의 분위기는 무겁지만 철학적이라고 하는 바그너와는 다른색깔로 무겁다. 보고나면 즐겁고 행복하거나, 너무 슬프더라도 감격스러워 감정이 벅차오르는 그런 오페라는 아니다. 그는 왜 그렇게 비극을 껴안고 싶어하고, 비극을 살아숨쉬게 표현해 사람들의 영혼을 건드리고 싶어한걸까.... 가난하고 못배운 아버지때문일까, 일찍죽은 아내와 아들 때문이었을까, 과거있는 두번째부인과의 힘든 결합때문이었을까.

 

 이런생각들이 들면서 길고긴 오페라속의 관현악음악들과 그 특유의 멋진 합창소리에 예전보다 더욱더 집중이 됬다.

 로드리고를 연기한 바리톤 한경석의 아리아들이 가장 최고였고, 어쩌면 소리가 거슬린다고 불평했을지도 모르는 2막의 무대의 분수소리는 공녀와 왕자가 주고받는 아리아 사이의 짧은 침묵을, 그 무언의 순간에 포함된 감정들을 훨씬더 두드러지게 해주어 난 좋았다.

 웅장한 무대에 신경을 많이 쓴만큼 각 장사이에 무대전환하는데도 시간이 좀 오래걸렸다. 자막이 나오는 화면에 극중 배경에 대한 화면과 오페라 리허설같은 화면, 무대설치화면등을 틀어주어 가급적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한게 신선했다.

 이 오페라가 걸작인 이유에 해당되는 3막. 언제나 베르디 오페라에서 중요한 캐릭터인 '아버지'의 역할. 아버지왕이 고뇌하는 모습은 그 음악적 표현이 말할수없이 탁월해 가슴절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 장면이 아버지왕의 캐릭터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베르디가 그 아버지왕을 그렇게, 나쁜사람만은 아니다라고, 그리고 싶어했던것이지...-

 

 서울시오페라단 덕분에 서울에 거주하는것이 더 즐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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